라오스 비엔티안의 ‘뗏 루앙 축제(That Luang Festival)’는 매년 음력 12월 보름 즈음 열리는 최대의 불교 축제로, 순례, 공양, 탑돌이, 전통 민속공연, 야시장 등으로 구성됩니다. 황금빛 ‘탓 루앙’ 사원은 이 축제의 중심이며, 등불과 꽃, 천과 기도가 어우러진 의식은 농경사회 라오스의 영성과 공동체 정신을 동시에 상징합니다.
황금빛 사원 아래에서 피어나는 기도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는 ‘탓 루앙(That Luang)’이라 불리는 금빛의 불탑이 우뚝 서 있습니다. 이 사원은 라오스 불교의 정신적 중심지이자, 국가적 상징으로 여겨지며, 조상 숭배와 농경문화, 불교가 절묘하게 융합된 라오스 특유의 신앙 공간입니다. 매년 음력 12월 보름 무렵이 되면, 이 탑을 중심으로 ‘뗏 루앙 축제(That Luang Festival)’가 열립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종교행사라기보다는, 농사철이 끝난 뒤 조상과 부처에게 감사하며, 새로운 풍요를 기원하는 국민적 의례입니다. 라오스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몰려들고, 탑 주변은 일주일 이상 전통시장과 예술 공연, 공양 의식, 탑돌이, 등불 행진 등으로 가득 찹니다. ‘뗏 루앙’은 단순한 탑이 아닙니다. 라오스 사람들은 이곳을 ‘불사의 중심’이라 부르며, 탑 안에는 부처의 유골 일부(사리)가 안치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이곳을 한 번이라도 참배하는 것은 한 생의 업을 정화하고, 미래의 복을 심는 행위로 여겨집니다. 또한 뗏 루앙은 국가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수 세기 동안 외세의 침략과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이 탑은 살아남았고, 지금은 라오스 국장과 화폐에 그 이미지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만큼 ‘뗏 루앙 축제’는 국가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라오스를 대표하는 의미심장한 행사라 할 수 있습니다.
꽃, 천, 등불… 영혼의 순례를 걷다
뗏 루앙 축제는 이른 새벽, ‘탁밧(Tak Bat)’이라 불리는 스님 공양 의식으로 시작됩니다. 시민들은 탑 앞 광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찹쌀밥, 바나나, 향, 꽃 등을 정성껏 담아 놓습니다. 스님들은 묵묵히 줄을 지어 걸어가며,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이의 업을 함께 나눈다는 신성한 의미 속에 음식을 받습니다. 공양 후에는 ‘카오삿(Khao Sat)’이라 불리는 탑돌이 의식이 이어집니다. 순례자들은 노란 천이나 백색 천을 어깨에 걸치고, 한 손에는 꽃과 향, 다른 손에는 오색 등불을 든 채로 탑을 세 바퀴 돕니다. 이 행위는 부처의 세 가지 가르침(계, 정, 혜)을 따라 순환하며 삶을 성찰하는 의식으로, 매우 조용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축제 중반에는 광장과 주변 거리에 전통 무용과 음악 공연이 열립니다. 라오스 전통춤인 ‘람웅(Lamvong)’과 ‘람살라(Lamsala)’는 원형을 이루며 추는 군무로, 순환과 공존, 자연과 조화의 철학을 표현합니다. 시민들과 순례자들은 누구든 참여할 수 있으며, 이는 신과 사람의 경계가 사라지는 평등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밤이 되면 탑 주위는 수천 개의 등불로 빛납니다. 특히 여성들이 바구니에 쌀가루 등불과 꽃잎을 담아 물 위에 띄우는 ‘남카오(Nam Khao)’ 의식은 조상과 부처에게 마음을 띄우는 상징적 행위입니다. 이는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기도이며, 물은 그 모든 바람과 기억을 실어 보냅니다. 축제 마지막 날, ‘뗏 피마이(That Phimai)’라 불리는 대축제가 열립니다. 이는 도시 중심에서 탓 루앙까지 이어지는 긴 행렬로, 코끼리, 전통악대, 춤꾼, 탑 모형 등을 앞세운 퍼레이드가 도시 전체를 물들입니다. 이는 신성한 공간이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장면이며, 모든 시민이 축제의 일부가 되는 상징적 순간입니다.
조용한 강물처럼 흐르는 신성한 공동체
뗏 루앙 축제는 라오스의 민족성과 영성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축제는 권위나 통제, 화려함보다는 소박함과 정성, 반복의 힘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사람이 꽃을 바치고, 한 아이가 촛불을 들고, 한 노인이 천천히 탑을 도는 그 모든 장면이 모여 축제가 완성됩니다. 여기에는 거대한 무대나 인위적인 퍼포먼스가 없습니다. 오직 등불과 천, 꽃과 노래, 공양과 침묵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라오스의 불교가 가진 특유의 온기이며, 뗏 루앙 축제가 가진 가장 강력한 감동의 원천입니다. 또한 이 축제는 공동체의 회복력을 보여줍니다. 현대화 속에서도 라오스 사람들은 이 축제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가족과 마을, 국가와의 유대를 재확인합니다. 이는 축제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존재의 원천으로 기능한다는 증거입니다. 황금탑은 말없이 서 있지만, 그 아래 모인 수천 명의 기도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남깁니다. 뗏 루앙은 그렇게 해마다, 그 빛과 향과 침묵으로 라오스를 다시 잇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