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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기의 울림이 도시를 적시는 순간 탄자니아의 느구마 축제 (공동체,음악,정체성)

by clickissue 2025. 7. 31.

타악기의 울림이 도시를 적시는 순간 탄자니아의 느구마 축제 (공동체,음악,정체성)

탄자니아 남부의 작은 도시 느구마에서는 매년 현지 부족들의 타악기 연주와 춤, 의식이 어우러진 ‘느구마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부족 정체성과 공동체의 유대감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의례이자,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예술의 장이다. 이 글에서는 느구마 축제의 기원과 의미, 주요 행사와 참여 방식, 그리고 이 축제가 지역사회에 주는 영향을 다룬다. 타악기의 리듬이 밤새도록 울려 퍼지고, 댄서들이 몸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축제를 통해 탄자니아의 전통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그리고 공동체가 어떻게 그것을 삶 속에서 체화하는지를 알아본다.

전통과 리듬이 살아 숨 쉬는 곳

아프리카 대륙의 남동쪽, 대지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탄자니아에는 수많은 부족과 전통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느구마(Nguma)’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작은 마을에서는 매년 색다른 열기가 피어오른다. 바로 ‘느구마 축제’다. 이 축제는 전통 타악기의 강렬한 리듬과 부족 전통 의식, 다채로운 춤과 노래로 구성되어 지역민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느구마 축제’는 단순한 민속행사가 아니다. 이는 이 지역의 주요 부족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계승해 온 공동체 중심의 문화적 의례다. 이 축제의 핵심은 음악, 특히 타악기다. 손으로 직접 두드리는 드럼, 금속을 두들겨 리듬을 만드는 전통 악기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원형의 춤. 그 모든 것이 모여 느구마를 하나의 살아 있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탄자니아의 문화는 대개 구술과 제의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다. 느구마 축제는 이러한 전통을 오늘날에도 생생히 이어가는 대표적 사례로, 지역 청년들과 원로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 행사는 매년 특정한 시기를 정해 열리며, 축제를 위한 준비는 몇 달 전부터 시작된다. 현지 장인들은 악기를 수선하고, 의상 제작에 들어가며, 축제 전야에는 조용한 의식으로 조상들에게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런 준비과정조차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중요한 전통의 일부다.

타악기의 울림과 공동체의 재탄생

‘느구마 축제’는 보통 3일간 진행된다. 축제의 첫날은 ‘정화의 날’로, 마을 어귀에 모인 장로들이 대지와 조상을 향해 드리는 제의가 펼쳐진다. 이는 공동체 전체의 악운을 씻고 새로운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적 행위다. 이어서 둘째 날부터는 타악기 연주와 춤 경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축제에서 사용되는 타악기는 마을별로 차이가 있으며, 소리의 강도와 리듬이 각 부족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경연은 단순한 승부가 아니다. 각 부족은 자신들의 역사, 신화, 또는 조상의 전쟁 이야기를 춤과 음악으로 풀어낸다. 전사들의 행진을 닮은 박자, 여성 무용수들의 유려한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관객들의 함성과 몸짓은 말 그대로 축제의 광장을 하나의 서사극 무대로 만든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이 인상 깊다. 전통 악기 만들기 워크숍, 전통춤 체험, 조상 이야기 듣기 등은 후손들에게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는 단순히 즐기는 축제를 넘어, 전통을 후세에 잇는 교육적 장치로 기능한다. 느구마 축제는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정부와 민간 단체의 협력으로 외부 방문객을 위한 숙소,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 통역 서비스 등이 마련되었고,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원로들은 축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음을 경계하며,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축제를 지켜내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현대 속 전통의 울림

‘느구마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문화적 고리이며, 공동체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재창조하는 의식의 장이다. 타악기의 울림은 단지 음악이 아닌 정체성과 공동체의 리듬을 상징하고, 춤과 의식은 단지 전통의 반복이 아닌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러한 축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업화의 이익을 뛰어넘는 공동체의 자각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문화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관심과 애정을 잃는 순간 사라지기 마련이다. 느구마 축제를 만든 이들이 바란 것은, 관광지로서의 흥행보다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기반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종종 전통을 잊은 채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느구마 축제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뿌리는 어디에 있냐고. 그리고 그 뿌리를 잊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당신만의 리듬은 무엇이냐고. 축제는 끝나지만, 타악기의 울림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것이 느구마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