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비사우의 ‘마칸다 축제(Makandah Festival)’는 서아프리카 망고 숲 속에서 열리는 정령 숭배와 공동체 연대의 장대한 의식입니다. 나무 가면, 북, 여성의 원형춤, 조상의 이름을 부르는 합창, 불과 물의 정화 의식으로 구성된 이 축제는 세대를 잇는 생명 순환과 조화의 상징입니다.
시간의 고리 속에서, 정령과 하나 되는 축제
서아프리카의 작고 조용한 나라, 기니비사우는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고요한 문화의 땅이다. 대서양 연안을 따라 펼쳐진 작은 어촌들과 내륙 깊숙한 망고 숲,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공동체 중심의 삶은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마칸다 축제’다. ‘마칸다(Makandah)’는 현지어로 ‘잇는 자’ 혹은 ‘연결하는 자’를 뜻한다. 하지만 이 단어가 단지 의미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이 축제는 단순히 계절의 흐름을 기념하거나 수확을 감사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조상과 자손, 인간과 자연, 영혼과 몸을 이어주는 시간의 다리이며, 공동체의 기억이 새롭게 깨어나는 순간이다. 이 축제는 주로 망고나무로 둘러싸인 내륙 부족 마을에서 이루어지며, 참석자는 모두 참여자가 된다. 외부인에게는 그저 신비롭고 낯선 풍경일 수 있지만, 현지인에게는 삶의 가장 근본적 의미를 확인하는 신성한 의례다. 이 축제를 통해 아이는 어른이 되고, 기억은 전승되며, 공동체는 다시 하나가 된다. 망고 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 북소리, 가면 춤, 합창…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증명한다. 특히 여성 공동체의 역할이 매우 크다. 마칸다의 시작과 끝은 여성의 손에서 이뤄진다. 정화의식, 합창, 제례의 중심, 그리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영적 리더로서, 그들은 단순한 보조자가 아닌 의식의 중심축이다. 축제는 그들의 노래로 시작되고, 그들의 침묵으로 마무리된다.
가면, 북, 노래 그리고 세대를 잇는 몸짓
마칸다 축제의 첫 단계는 ‘정화 의식’이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 여성 공동체는 망고나무 아래 흰 천을 두르고 원형을 이루어 앉는다. 그들은 조상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땅에 향과 진흙을 뿌려 공간을 정화한다. 북은 이때 아주 낮은 울림으로 시작되며, 이는 조상의 문을 두드리는 상징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단계는 ‘가면의 등장’이다. 나무로 조각된 동물 형상의 가면—하이에나, 코끼리, 독수리, 개구리 등—을 쓴 청년들이 마을로 입장한다. 이들은 공동체 수호 정령의 상징이며, 이 존재들이 움직이는 순간부터 인간의 시간은 ‘영혼의 시간’으로 넘어간다. 가면 행렬은 북소리와 함께 점점 강렬해지고, 여성들의 회오리춤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일렁인다. 그 다음은 축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조상 이름 합창 의식’이다. 마을 원로가 정성스럽게 조각한 나무판을 들고 등장하면, 모든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조상의 이름을 낭송한다. 이때 각 이름에는 고유의 억양이 있다. 리듬은 단조롭지만 깊고, 마치 노래와도 같으며, 한 세기의 기억을 품고 있다. 아이들은 눈을 감고 그 음을 따라 하고, 어른들은 흐느낌과 함께 그 이름을 부른다. 이는 집단 기억의 회복이자 공동체 정체성의 재건이다. 축제의 마지막 단계는 ‘불과 물의 정화 의식’이다. 불 속에 지난 해를 담은 나뭇조각을 던지고, 물로 손을 씻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를 한다. 뜨거운 석탄 위를 걷는 의식은 용기와 성숙을 상징하며, 가면을 쓴 자만이 이 의식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공동체가 한 해를 보내며 저지른 실수와 혼란을 정화하는 집단 의식이다. 마칸다 축제에는 연극, 음악, 무용, 노래가 결합되지만, 이 모든 것은 ‘경배’와 ‘기억’을 위한 것이다. 신에게, 조상에게, 그리고 공동체에게. 그 어느 것도 소외되지 않으며, 모든 존재가 존중받는다. 이는 단순한 축제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일종의 사회적 의식이며, 정신적 재건의 시간이다.
마칸다는 끝나지 않는다, 뿌리는 기억 속에서 자란다
마칸다 축제는 단지 문화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쉬는 철학이며, 삶의 원형을 지닌 공동체적 의식이다. 이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조상을 기억하며, 공동체 안에서 다시 ‘인간’으로 자리 잡는다. 기니비사우의 땅에서 울리는 북소리는 단지 박자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리듬, 기억의 파장, 영혼의 호흡이다. 가면을 쓴 자는 말없이 전하고, 여성의 노래는 잊힌 이름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세대에게 전달된다. 왜냐하면 이 축제는 ‘끝’이 아니라 ‘연결’이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것을 이 작은 나라의 축제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느림, 기억, 연대, 뿌리.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치다. 마칸다는 그것을 노래한다. 조용히, 하지만 끊임없이.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스스로의 뿌리를 잊었을 때, 그 북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인간은 결국 ‘기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