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켈라우의 ‘페노페노가 페스티벌(Fenofenoaga Festival)’은 남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전통에 뿌리를 둔 문화 행사로, 토착 신앙과 공동체 중심의 삶, 노래와 춤, 바다에 대한 경외를 담은 축제입니다. 섬 전체가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며, 공동의 기억과 삶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토켈라우 최대의 전통 잔치입니다.
작지만 빛나는 문화의 섬, 토켈라우
토켈라우(Tokelau)는 뉴질랜드 북쪽 500km 바다 위에 점처럼 흩어진 세 개의 작은 환초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행정적으로는 뉴질랜드의 속령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독립적인 미크로네시아 전통을 지닌 자치 공동체로, 오직 배로만 접근 가능한 고립된 섬들이다. 이 고립성 덕분에 토켈라우는 순수하고 독창적인 문화 유산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전통 문화행사가 바로 ‘페노페노가 페스티벌(Fenofenoaga Festival)’이다. ‘페노페노가’는 토켈라우어로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기리는 행위’를 의미하며, 말 그대로 이 축제는 ‘공동체 전체가 서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축제’이다. 이 축제는 해마다 건기철에 한 번 열리며, 축제 준비만 해도 3개월이 넘게 소요된다. 모든 섬 주민이 역할을 맡아 참여하고, 한 마을도 빠짐없이 잔치를 위해 노동, 음식, 장식, 공연을 나눠 담당한다. 토켈라우에는 시장도 없고 은행도 없지만, 이 축제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하나의 가족이 된다. ‘페노페노가’는 단순한 민속 축제가 아니라, 이 섬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예술과 의식으로 승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이다. 신, 조상, 자연, 이웃, 아이, 바다—all이 함께 호흡하는 날이다.
섬 전체가 무대, 마을 전체가 시인
‘페노페노가 페스티벌’은 이틀에 걸쳐 열리며, 주된 행사들은 공동체 의식, 노래 경연, 의례적 연극, 전통 춤, 장인 기술 전시, 공동 식사로 이루어진다. 첫날 아침, 섬의 중심 광장에서 ‘토켈라우 송가’를 합창하며 축제가 시작된다. 이 노래는 바다, 바람, 조상, 조개껍질, 어부의 그물, 아이들의 웃음 등을 찬미하는 내용으로, 한 문장도 외부어 없이 토착어만으로 불린다. 이후 각 마을은 자신들의 ‘연극’을 선보인다. 이 연극은 단순한 극이 아니라, 조상들의 항해 이야기, 신화, 혹은 최근의 공동체 뉴스까지도 포함되며, 웃음과 풍자, 시와 노래가 어우러진 복합 공연이다. 마을 장로가 직접 대사를 쓰고, 청년과 아이들이 연기하며, 여성이 배경 음악을 연주한다. 전통 북인 ‘파테(pate)’와 손으로 만든 마라카스가 공연 내내 울려 퍼진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오르오루(‘Orooru)’라는 여성 무용이다. 이 춤은 바다에 감사를 표하고, 어머니 대지에 찬사를 바치는 의식 무용으로, 손끝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화적 상징이 담겨 있다. 여성 무용수들은 꽃잎과 조개껍질로 만든 의상을 입고, 붉은 해 질 녘 바다를 배경으로 춤을 추며 관객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또한, 축제에서는 ‘팔로로(Palolo)’라는 조개요리를 중심으로 한 대연회가 열리며, 바나나 잎에 싸인 전통 어죽, 코코넛 쌀떡, 그릴드 생선 등 자급자족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모두에게 나눠진다. 모든 음식은 공동으로 준비되고,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 함께 나누는 이 장면은 토켈라우 공동체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기술 전시에서는 배를 만드는 목공예, 그물 짜기, 야자수 잎으로 만든 바구니, 조개팔찌 만들기 등이 시연되며, 아이들은 조상들의 기술을 손으로 체득한다. 이 기술 전승은 말보다도 강한 교육이며, ‘살아 있는 학교’다.
기억을 춤추게 하고, 공동체를 노래하게 하다
‘페노페노가 페스티벌’은 토켈라우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들의 삶은 자연과 공동체, 신과 인간, 조상과 아이 사이의 균형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 축제는 그 조화로운 질서의 가장 아름다운 표출이다. 이 축제의 가장 큰 미덕은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배를 깎고,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며, 그 모든 역할이 동등하게 존중받는다. 섬에는 대형 스피커도, 무대 조명도 없지만, 그 어떤 공연보다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그것은 삶 자체가 예술이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토켈라우 사람들은 세계 누구보다도 풍요롭다. 그들은 서로를 기억하고 기리고,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작은 섬 위에 살아도, 그들은 넓은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문화를 당당히 노래할 수 있다. ‘페노페노가’는 축제가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 그것은 사람들의 손짓, 말투, 음식, 웃음,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 있는 것이다. 작은 섬의 큰 노래는, 오늘도 파도 위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