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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후예가 춤추는 라오스 '삐마이' 축제의 봄맞이 의식 (정화,물의식,부활)

by clickissue 2025. 7. 29.

용의 후예가 춤추는 라오스 '삐마이' 축제의 봄맞이 의식 (정화,물의식,부활)

라오스의 새해인 '삐마이(Pi Mai)'는 단순한 달력상의 전환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정령과 조상이 모두 새로워지는 정화의 시간입니다. 이 축제는 물로 씻고, 향을 피우고, 불상에 꽃물을 끼얹으며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의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통 불교 신앙과 토착 신앙이 어우러진 신성하고 생기 넘치는 문화적 장면을 보여줍니다.

삐마이, 라오스의 새해가 시작되는 물의 시간

라오스는 ‘조용한 나라’라는 별명처럼 평온하고 느린 일상의 리듬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해마다 4월이 되면, 이 고요한 땅에 강렬한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그것이 바로 라오스의 새해, ‘삐마이(Pi Mai)’다. 태국의 송크란, 미얀마의 띤잔, 캄보디아의 쫌남쎄르와 더불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공통적으로 열리는 물 축제의 하나이며, 그 가운데서도 라오스의 삐마이는 독특한 영성과 공동체의 색깔이 짙게 배어 있다. 삐마이는 달력상으로 4월 13일에서 15일 사이에 열리며, 단순한 연도 교체의 의례가 아니다. 이는 ‘정화’의 시간이며, 과거의 먼지를 씻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부활’의 시간이다. 이 시기에는 불상에 향수를 섞은 꽃물을 뿌리며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집안을 청소하며 악운을 몰아낸다. 특히 물은 이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이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신성한 존재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매개다. 삐마이는 또한 조상의 영혼을 위로하고, 살아 있는 가족과 이웃, 공동체 전체의 평화를 기원하는 시간이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사원에 모여 시주를 하고, 모래탑을 쌓으며, 승려에게 공양을 올린다. 이때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이 축제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지혜가 흐르는 라오스의 전통적 공동체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령과 조상이 깨어나는 물과 향의 의식

삐마이 축제의 핵심은 ‘씻음’이다. 이는 단순히 물로 몸을 적시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의 먼지를 닦고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는 신성한 의례다. 축제 첫날, 사람들은 사원에 가서 향과 꽃, 향수를 섞은 물을 담은 은그릇을 준비한다. 이 물은 부처상과 승려, 조상의 유골이 담긴 탑에 정성껏 뿌려진다. 이는 축복을 구하고, 오래된 악운을 떠나보내는 상징이다. 거리에서는 물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 싸움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 물을 끼얹으며 ‘행운이 깃들기를’ ‘병이 떠나기를’ 기원한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정중히 손등에만 가볍게 물을 뿌리는 예의가 있다. 이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자,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는 전통적 방식이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물의 축제가 아닌, 삶과 죽음, 운명과 회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문화적 표현이다. 삐마이 기간 동안에는 ‘솟남파(Sot Nam Phra)’라는 불상 목욕 의식이 거행된다. 사원의 중심에 모셔진 불상을 사람들이 돌며 물을 끼얹고 기도하는 장면은 마치 정령과 조상이 깨어나 이 세상에 축복을 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때 울려 퍼지는 종소리, 승려의 독경, 그리고 향 냄새가 뒤섞이며 공간은 마치 다른 차원의 에너지로 채워진다. 또한 ‘모래탑 쌓기’ 의식은 이 축제의 상징적인 행사 중 하나다. 사람들은 강가나 사원 마당에 작은 모래탑을 쌓고, 그 위에 꽃과 깃발을 꽂는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이 알게 모르게 사원에서 밟고 다녔던 흙을 다시 되돌리는 상징이며, 동시에 조상과 신에게 순수한 마음을 바치는 제의이다. 모래탑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거대하다.

삐마이, 단절을 씻고 연결로 나아가는 길

삐마이는 단지 물을 뿌리고 축하하는 흥겨운 시간이 아니다. 이는 라오스인들에게 있어서 과거와 현재, 인간과 정령, 삶과 죽음을 하나로 잇는 통합의 시간이자,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되새기는 깊은 의식의 장이다. 정갈하게 정화된 물을 통해 인간은 다시 태어나며, 주변과 화해하고, 자연과 공명한다. 현대 도시에서는 종종 이 축제가 단지 물놀이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라오스의 전통적 마을에서는 여전히 조용하고 깊은 의례의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는 정령과 조상,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감사가 일상 깊숙이 스며 있는 삶의 방식이자, 단절된 현대인의 삶에 필요한 ‘다시 연결되는’ 감각이다. 삐마이의 물은 곧 생명이다. 불상에 떨어지는 그 한 방울, 어르신의 손등을 적시는 그 한 줄기, 친구에게 웃으며 던지는 물방울 하나하나에 ‘축복’이라는 이름이 담겨 있다. 이는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과 조상과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다. 라오스의 새해는 그렇게 시작된다. 소리 없이 마음을 정화하고, 물로 세상을 다시 씻으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되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그 안에는 인간이 단절이 아닌 ‘연결의 존재’임을 깨닫는 지혜가 흐르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삐마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영혼의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