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의 바르다바르(Vardavar)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고대 축제로, 본래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스타히크를 기리던 의식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물을 뿌리며 더위와 악운을 씻는 국민적 축제로 거듭났습니다. 이 축제는 아르메니아 전역에서 전 세대가 어우러져 벌이는 물의 향연으로, 도시와 마을 곳곳에서 축복과 해방의 의미로 물을 끼얹는 전통이 이어집니다. 더운 여름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상징적 행사인 바르다바르는 단순한 물놀이를 넘어 아르메니아인의 정체성과 문화가 깃든 깊이 있는 전통입니다.
역사적 뿌리에서 피어난 물의 축제
바르다바르(Vardavar)는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제 중 하나로, 매년 여름 7월경에 열립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여름 행사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기원은 고대 아르메니아의 신화와 종교적 의식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본래 바르다바르는 사랑, 아름다움, 물의 여신인 '아스타히크(Astghik)'를 숭배하는 의식이었습니다. 고대인들은 그녀가 물과 장미를 통해 아르메니아 땅에 사랑과 생명을 퍼뜨린다고 믿었기에, 축제에는 장미꽃과 물을 사용하는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기독교가 국교로 채택된 이후에도 이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독교적 해석이 덧붙여져, 예수의 변모 축일(Transfiguration of Christ)과 연계되어 지속되어왔습니다. 이렇게 이교와 기독교의 문화가 공존하면서 바르다바르는 종교를 초월한 국민적 행사로 자리 잡게 됩니다. 바르다바르의 진정한 가치는 그 역사성에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변형되며 계승되어온 이 축제는 아르메니아인의 정신, 자연과의 조화, 인간관계의 회복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을 끼얹는 놀이를 넘어서, 바르다바르는 아르메니아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온 시간의 증인이자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물의 전장으로 변하는 날
바르다바르 당일, 아르메니아는 문자 그대로 ‘물의 전장’이 됩니다. 축제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대중적인 행사입니다. 수도 예레반에서는 도시 중심 광장과 거리, 공원, 심지어 고층 아파트에서 물을 뿌리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물총, 양동이, 호스, 병, 컵 등 어떤 도구든 상관없습니다. 모두가 ‘젖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환호합니다. 놀라운 점은 낯선 사람에게 물을 끼얹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전혀 모르는 이에게 물을 퍼붓고 웃으며 서로 축복을 주고받는 장면은 바르다바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차량도 예외가 아니며, 행인, 상인, 경찰 등 누구도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심지어 외국 관광객에게도 예외는 없으며, 오히려 이들 또한 큰 즐거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린아이들은 바케츠를 들고 뛰어다니고, 젊은이들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물 전쟁을 벌입니다. 교회에서는 특별한 기도와 축복식이 진행되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는 행사도 함께 열립니다. 이러한 다채로운 행사들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어떻게 과거의 전통을 현대에 맞게 계승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바르다바르는 단지 물의 축제가 아니라,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이웃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더위를 이겨내는 공동체적 지혜가 녹아 있는 생활문화입니다.
물로 씻는 축복과 연대의 상징
바르다바르는 단순한 전통을 넘어 아르메니아인의 삶과 철학이 담긴 축제입니다. 물을 통한 정화와 해방의 의미는 이 축제를 단순한 오락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적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바르다바르는 지역 간 유대를 강화하고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참여하는 이 축제는 서로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연결해줍니다. 한편으로는 관광객들에게 아르메니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창구로서도 기능하며, 국가 이미지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통은 지속될 때 그 의미를 갖습니다. 바르다바르가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현대까지 이어져오며 사랑받는 이유는, 그 속에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공동체의 소중함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 축제가 아르메니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그 정신을 전파하며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