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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축복이 머무는 곳 통가의 하일라 축제 (왕실문화,전통춤,정체성)

by clickissue 2025. 8. 4.

신들의 축복이 머무는 곳 통가의 하일라 축제 (왕실문화,전통춤,정체성)

남태평양의 작은 왕국 통가에서 열리는 하일라 축제는 왕실과 민간이 하나 되어 조상을 기리고 문화를 계승하는 고유의 전통행사입니다. 아름다운 꽃 장식, 전통 의상, 전통춤 '라카라카(Lakalaka)'로 대표되는 이 축제는 통가인의 정체성과 공동체 유대를 표현하는 무대이며, 섬나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하일라는 통가의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통가 왕국의 품격과 공동체가 빛나는 축제, 하일라

통가는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지역에 위치한 군도 국가로, 아직까지 왕실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 작은 나라에서 매년 열리는 하일라(Haʻila) 축제는 단순한 민속행사를 넘어서 왕실 문화, 전통 춤, 종교 의례가 어우러지는 장엄한 전통 행사입니다. 통가에서는 하일라를 통해 조상과 정령, 왕실과 백성, 살아 있는 사람들과 죽은 자들의 연결을 기념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다시금 다집니다. 하일라는 ‘기억하다’ 또는 ‘되살리다’라는 뜻을 지닌 말에서 유래했으며, 그 이름처럼 축제는 과거의 기억과 전통을 현재로 소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축제는 주로 7월 중 왕의 생일 또는 국왕 즉위 기념일에 맞춰 열리며, 공식 왕실행사로 시작된 이후 온 마을로 확장되어 1주일 내내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집니다. 그 중심에는 통가를 대표하는 전통춤 ‘라카라카’가 있으며, 이는 단순한 예술이 아닌 조상과 자연, 정령과 인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살아 있는 언어입니다. 하일라는 통가 국민들에게는 자긍심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성전이며, 해외에 거주하는 통가인들에게도 자신의 뿌리를 되새기게 만드는 정신적 기념비입니다. 이처럼 하일라 축제는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살아 있는 통가의 심장이자 정신적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꽃과 리듬, 공동체와 의례로 엮인 하일라의 구성

하일라 축제는 다양한 상징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축제의 시작은 국왕의 연설과 함께 국왕궁전 앞에서 진행되는 개막 퍼레이드입니다. 이때 통가 왕족과 귀족, 그리고 각 지역 대표단이 전통 복장을 차려입고 국왕 앞에서 경의를 표하며, 축제의 개막을 알립니다. 의복에는 코코넛 껍질을 얇게 편 '타오발라(Taʻovala)'를 착용하며, 이는 경건과 존경의 표시입니다. 이후 본격적인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라카라카 공연이 이어집니다. 라카라카는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남녀가 나란히 서서 손과 팔, 상체의 움직임을 통해 노래를 시각화하는 통가 전통 춤입니다. 모든 동작은 의미가 있으며, 역사적 사건이나 조상의 삶, 자연의 흐름, 신의 뜻 등을 표현합니다. 라카라카는 단순한 춤이 아닌 전통 서사시이며, 이를 암기하고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자 제례입니다. 또한 하일라 기간 동안에는 전통 음식 축제도 함께 열리며, 뿌리식물 타로, 돼지고기 요리인 오타이카, 야자수로 만든 각종 후식들이 준비됩니다. 마을마다 음식과 장식을 나누고, 이웃들과 식사를 하며 축제의 본질인 공동체 정신을 몸소 실천합니다. 축제 중에는 가족 간의 선물 교환, 왕실에 헌정하는 바느질 작품 전시 등도 함께 진행되어 축제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장면은 하일라 마지막 날에 열리는 조상 기억의 밤입니다. 촛불을 들고 라카라카를 추며, 조상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하는 이 의식은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하는 시간으로 여겨지며, 그 순간 마을 전체는 깊은 침묵과 울림으로 감싸입니다. 이 장면은 하일라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영적 의례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일라, 작은 섬의 위대한 기억

하일라 축제는 단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입니다. 통가 국민들은 하일라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공동체의 가치와 왕실에 대한 경의, 조상에 대한 존경심을 실천합니다.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그 모든 과정이 삶의 일부이며, 교육이며, 역사입니다. 또한 이 축제는 통가의 문화적 자산으로서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삶의 깊이를 경험하게 합니다. 하일라는 통가라는 나라가 작지만 얼마나 강한 정신과 전통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축제이며, 전통문화가 어떻게 세대 간을 잇고 공동체를 지탱하는지에 대한 교과서와도 같습니다. 오늘날에도 하일라는 젊은 세대에 의해 계승되고 있으며, 라카라카 교실과 공동 연습이 마을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발적인 문화 전승의 흐름은 하일라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실천이자 미래의 꿈이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하일라의 음악과 춤, 불빛과 꽃, 그리고 조상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끼는 순간까지. 이 모든 것이 모여, 작은 섬의 거대한 문화적 혼이 되어 태평양 너머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