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로 제도의 ‘므브라 마샤무(M’bra Mshamu)’는 라마단 종료 후 열리는 독특한 해양 이슬람 축제로, 여성 중심의 전통복 춤 공연과 해양 의식, 꾸란 낭송, 향신료 음식 나눔이 어우러지는 공동체 축제입니다.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양 무역 문명이 어우러진 코모로만의 혼종 문화와 여성 주도 사회의 일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희귀하고도 우아한 지역 행사입니다.
아프리카의 이슬람이 바다를 품을 때
인도양 한가운데, 마다가스카르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코모로. 이 나라는 아프리카, 아라비아, 그리고 인도양의 무역 문명이 교차하던 역사적 길목에 존재하며, 다양한 문명이 자연스럽게 혼합된 독특한 문화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와힐리 해양문화와 이슬람 신앙이 절묘하게 융합된 코모로의 삶은 전통 의례와 공동체 축제를 통해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중에서도 ‘므브라 마샤무(M’bra Mshamu)’는 코모로 여성들의 주도로 열리는 가장 화려한 연례 축제입니다. 이름은 스와힐리어로 ‘예배 후의 기쁨’ 또는 ‘신과 연결된 춤’을 의미하며, 라마단이 끝난 직후에 열립니다. 전통적으로 금식과 기도로 한 달을 보낸 후, 신과 사람, 공동체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의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축제는 단순한 종교 행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코모로의 독특한 모계 중심 문화와 여성 공동체의 존재감, 그리고 다문화적 섬 문화의 정수를 드러내는 사회적 의식이기도 합니다.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모든 구성원은 이들의 지도 하에 움직입니다. 이는 이슬람권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여성 주도 축제'라는 점에서 국제 문화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축제는 주로 해안 도시인 모론이(Moroni)와 음츠아무(Mutsamudu)에서 열리며, 해변을 배경으로 화려한 의상, 음식, 음악, 춤이 어우러지는 신성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축제의 목적은 신에 대한 감사, 공동체 화합, 그리고 여성의 영적 리더십을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춤과 기도, 향신료와 노래가 만나는 밤
‘므브라 마샤무’는 해가 지고 첫 번째 별이 뜰 때 시작됩니다. 이는 라마단 종료 후 이드 알 피트르(Id al-Fitr)의 마지막 저녁을 기리는 시점으로, 영적인 해방과 공동의 기쁨이 응축된 상징적 시간입니다. 가장 먼저 ‘잔지바르 향로’라 불리는 대형 향로에 코모로산 육두구, 정향, 계피, 바닐라 등을 피웁니다. 이 향은 코란 낭송과 함께 신성한 공간을 형성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어서 여성 참가자들은 화려한 스와힐리 복식인 ‘쉬시(Sisi)’와 머리에 얹은 금박 천을 두르고, 뺨에는 미용과 신성의 상징인 ‘므시모(Msimo)’ 문양을 그립니다. 축제의 중심은 '움브리카(M’brika)'라 불리는 원형 춤입니다. 여성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돌기 시작하고, 점차 북소리와 노래가 더해지며 고조됩니다. 이 춤은 단순한 예술이 아닌 ‘하늘로 향한 기도’이자, 코모로 여성 공동체의 영적 통합을 상징합니다. 남성들은 원 바깥에서 북을 치거나, 음식을 준비하며 조력자로 함께합니다. 춤 사이사이에는 라마단 동안 숨겨두었던 가족사, 사랑 이야기, 공동체의 갈등이 시 낭송과 노래 형식으로 풀어집니다. 이는 일종의 문화적 카타르시스를 이끌며, 모든 것이 춤과 음식, 기도로 정화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음식 또한 축제의 핵심입니다. ‘펠라우(Pilau)’라는 향신료 밥, 코코넛 밀크로 만든 생선 커리, 그리고 ‘마크라(Makra)’라는 사탕수수 시럽 과자가 돌아다니며 나눠집니다. 여성들은 앞치마 가득 음식을 싸들고 집집마다 나누어 주며, 이는 ‘라마단 끝의 자카트(자선)’를 실천하는 방법이자, 공동체 복원을 의미합니다.
여성의 춤으로 지켜지는 섬의 신앙
‘므브라 마샤무’는 단순한 종교 축제를 넘어서, 코모로라는 섬나라의 복합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이 축제를 통해 우리는 이슬람이 지역 전통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형태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축제는 ‘여성’이 신앙의 중심에 서는 드문 사례입니다. 그들은 의례를 이끌고, 공동체를 조율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음식을 나눕니다. 이는 코모로 사회가 가진 모계적 전통과 결합되어, 신앙과 문화, 젠더의 삼중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이 축제는 관광을 위한 쇼가 아닙니다. 관람객은 손님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부로 초대되며, 향과 노래, 음식과 춤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입니다. 이곳에서 문화는 연기되는 것이 아니라, 숨 쉬고 흐르며, 모두를 감싸는 바다와 같습니다. ‘므브라 마샤무’는 신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인간의 기쁨으로 완성됩니다. 춤추는 바다, 노래하는 여인들, 향내 나는 공기 속에서 코모로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찬란히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