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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폭발, 파푸아뉴기니 부족 연합의 축제 ‘고로카 쇼’

by clickissue 2025. 7. 26.

 

색채의 폭발, 파푸아뉴기니 부족 연합의 축제 ‘고로카 쇼’

파푸아뉴기니 동부 고원 도시에서 열리는 '고로카 쇼(Goroka Show)'는 100여 개 부족이 집결해 각자의 전통 복식, 전사 화장, 춤, 노래를 선보이는 최대 규모의 부족 문화 축제입니다. 강렬한 원색, 깃털, 돼지 송곳니, 진흙 장식으로 꾸민 인물들이 행진하고, 부족 간 연대와 자부심을 드러내며 현대 사회에서도 전통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인류학적 장관입니다.

문명의 경계에서 살아 숨 쉬는 원시의 색채

파푸아뉴기니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부족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800개 이상의 언어, 수백 개 부족이 공존하는 이 나라는, 현대 문명과 전통이 교차하는 독특한 문명적 생태계를 이룹니다. 그 중심지 중 하나인 동부 고원의 고로카(Goroka)에서는 매년 9월 즈음 ‘고로카 쇼(Goroka Show)’라 불리는 국가급 문화 축제가 열립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부족 간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전장’이자 ‘화해의 장’입니다. 수많은 부족이 모여 각자의 언어, 복식, 음악, 의례춤 등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동시에 타 부족과 평화롭게 공존함을 선언하는 상징적 무대입니다. 고로카 쇼의 기원은 1957년으로, 당시 식민 당국이 부족 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만든 ‘경쟁 없는 문화 발표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이 행사는 점차 파푸아인의 문화 자긍심을 드러내는 국가 축제로 발전하였고, 지금은 수천 명의 관광객과 학자들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축제를 이해하려면, 파푸아인의 정체성이 ‘언어’보다 ‘시각’과 ‘몸짓’에서 강하게 표현된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고로카 쇼에서는 그들이 어떤 부족인지, 어떤 영혼을 숭배하는지, 어떤 동물과 상징적 연대를 맺었는지를 ‘옷’과 ‘몸’으로 표현합니다. 그리하여 이 축제는 말보다 강한 문화의 선언이자 생생한 인류학적 체험입니다.

몸을 무대 삼아 펼쳐지는 문화의 의식

고로카 쇼의 하이라이트는 ‘싱싱(Singsing)’이라 불리는 부족 공연입니다. 이는 일종의 ‘의례적 전통 예술 퍼포먼스’로, 각 부족이 자신들의 전통 무기, 악기, 복식, 전사 화장을 갖추고 춤과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무대에 올리는 장입니다. 참가자들은 축제 전 수주에 걸쳐 준비를 합니다. 머리에는 극락조 깃털, 카소와리 새의 뼈, 돼지 송곳니 장식을 얹고, 얼굴에는 진흙, 나무수액, 화산재, 식물 염료 등을 혼합한 색을 칠해 상징적 문양을 그립니다. 어떤 부족은 얼굴을 새빨갛게 칠하고, 어떤 부족은 하얀 진흙으로 가면처럼 얼굴을 덮으며, 이는 부족의 조상 영혼이나 자연 정령과의 연계를 나타냅니다. 복장도 부족의 특성을 반영합니다. 무거운 깃털 망토, 가죽 끈으로 만든 흉갑, 전통 목걸이와 손목 장식 등은 신분과 역할을 상징하며, 특히 전사 계층은 더욱 화려하고 위엄 있는 복장을 착용합니다. 여성들은 무용의 리듬을 주도하며 노래와 북소리로 전체 퍼포먼스를 이끌고, 어린이들도 작은 깃털을 머리에 달고 어른들의 옆에서 함께 춤을 춥니다. 고로카 쇼에서는 퍼포먼스의 완성도보다 ‘문화의 충실도’가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이는 축제가 전통을 상업화하지 않고, 오히려 공동체 내부의 자긍심과 교육적 연속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철학에 기반합니다. 어떤 부족은 퍼포먼스 도중 ‘전사 의식’을 시연하기도 하며, 이는 조상의 이야기를 연극처럼 재현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축제 기간에는 부족 간 물물교환 장터도 열리며, 전통 식품, 조개 화폐, 가죽, 식물 약초 등이 거래됩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부족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사회적 장이자, 문화의 재생산 공간입니다.

전통의 얼굴을 가진 현재, 고로카의 시간

고로카 쇼는 과거를 재현하는 축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를 ‘전통의 언어’로 말하는 살아 있는 무대입니다. 이곳에서는 문명이 전통을 지배하지 않으며, 전통이 오히려 문명을 감싸 안습니다. 다양한 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하나의 축제 안에서 화합하는 이 장면은 인간 사회가 어떻게 다양성과 연대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그림입니다. 파푸아인의 화장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이 아니며, 복장은 패션이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춤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조상과 자연, 공동체와 영혼을 잇는 통로이며, 노래는 언어 이전의 감정과 기억을 깨우는 고대의 주문입니다. 고로카 쇼는 이 모든 요소를 통해 ‘우리는 존재한다’는 선언을 외칩니다. 그리고 그 선언은 말보다 강한 시각의 언어로, 모든 관람객의 가슴에 각인됩니다. 축제의 마지막 날, 수백 명의 부족 인원들이 하나의 거대한 원을 이루고 함께 춤을 출 때, 고로카의 평야는 하나의 거대한 심장처럼 울립니다. 이곳이 바로 전통이 살아 있는 현재이고, 문화가 박제가 아닌 ‘맥박’으로 존재하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