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의 게레월 축제(Gerewol Festival)는 풀라니족의 일파인 우다베(Wodaabe) 부족이 해마다 열하는 특별한 구애의식이자 아름다움의 경연입니다. 남성들은 화려한 전통 복장과 화장을 하고 춤과 노래로 여성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합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구혼 행위를 넘어, 유목민 공동체의 정체성과 예술성, 자연과의 조화를 표현하는 독창적인 문화행사로서,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인류학적으로도 귀중한 전통문화의 보고입니다.
유목민의 미학과 사랑의 의식, 게레월의 시작
서아프리카 사하라 남단에 위치한 니제르에서는 해마다 특정 계절이 되면 광활한 사막에 생명력 넘치는 축제가 열립니다. 바로 풀라니족 중 우다베 부족이 주관하는 ‘게레월(Gerewol)’ 축제입니다. 이는 단순한 전통행사가 아닌, 사랑, 미의식, 공동체의 가치를 한데 모은 복합적인 구애의례입니다. 게레월은 우기 후 유목민들이 모여 마른 계절을 준비하는 시기에 맞춰 열리며, 풀과 물이 풍부한 땅에서 1주일간 지속됩니다. ‘게레월’이라는 단어는 우다베어로 ‘춤추다’ 혹은 ‘선을 보이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축제는 실제로 남성들이 춤과 노래를 통해 여성들의 선택을 받는 독특한 구애 의식으로 구성됩니다. 남성들은 이 축제를 위해 오랜 기간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 화장 기법을 준비하며, 여성들은 이들에게서 미, 성숙함, 유연함, 용기 등을 평가해 최종 선택을 내립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배우자 찾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부족의 미학과 규범을 계승하는 의례로 기능합니다. 니제르 정부도 이 축제를 문화유산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인류학자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독창적인 문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레월의 진짜 가치는 외부의 시선을 위한 이벤트가 아닌, 오로지 부족 공동체 내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위한 살아 있는 전통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화장, 춤, 경쟁: 구애의 예술로 드러나는 정체성
게레월 축제의 핵심은 남성 참가자들이 벌이는 화려한 ‘야케(Yakee)’ 춤입니다. 남성들은 머리카락을 높게 올리고 얼굴에는 붉은 황토, 검정 물감, 흰색 도료를 바른 채 고유의 패턴으로 화장을 합니다. 눈을 더 크게 보이도록 하고,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연습을 수개월간 반복하는 이 행위는 ‘눈, 이빨, 키’라는 우다베 미의 세 가지 기준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한 전략입니다. 춤은 저녁 무렵부터 시작되어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지며, 참가자들은 줄을 서서 동시에 몸을 앞뒤로 흔들며, 높은 소리를 내거나 입을 벌리고 눈을 깜박이며, 여성 관객들에게 자신을 어필합니다. 여성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며,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되는 남성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최종 선택의 순간에 그를 지목합니다. 이때 선택된 남성은 공식적으로 여성의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일부 경우 기존의 결혼 관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연애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게레월은 단순히 외모 경쟁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공동체 전체가 나누고 재구성하는 문화적 행위입니다. 또한 이 축제는 집단의 미학이 어떻게 전승되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남성들은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 부족 선배로부터 화장과 춤, 어필하는 방법 등을 배웁니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선택권을 행사하는 구조 또한 이 부족의 독특한 사회적 성격을 반영하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게레월에는 또 하나 중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평화의 의식으로서의 기능입니다. 유목민 삶은 늘 자원 부족과 긴장 속에 있지만, 이 축제 동안만큼은 서로 다른 부족이 모여 갈등 없이 어울리고, 노래와 춤, 장신구를 통해 경쟁하면서도 존중을 배웁니다. 이는 단순한 미의 제전이 아닌 공동체의 생존과 평화, 화합을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게레월, 사막의 미학이 남긴 흔적
게레월 축제는 니제르 사막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미의 경연이자 공동체의 성찰의 시간입니다. 무더운 날씨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화장과 춤을 준비하고, 한순간의 선택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다합니다. 이는 단순히 파트너를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잘 표현하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짚는 성숙한 통과의례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가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움과 관계를 재정의하고 있지만, 게레월은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방식을 그대로 간직하며, 다르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무엇이 ‘아름다움’인지에 대한 또 하나의 대답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외부에서는 때때로 이 축제를 ‘이색적인 풍경’으로 소비하지만, 정작 축제의 중심에 있는 우다베 사람들에게 게레월은 삶의 본질 그 자체입니다. 사랑과 예술, 문화와 공동체가 어우러진 이 축제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또 하나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막 위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웃음, 황토빛 화장과 고운 미소, 구애와 선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본능과 존엄성. 게레월은 그 모든 것을 품고 오늘도 사막의 바람을 타고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