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에서 열리는 오아르 페스티벌은 바다의 정령에게 감사와 기원을 드리는 전통 의례이자 공동체의 문화축제로, 전통 카누 퍼레이드, 해양 노래, 정령 제사, 어로 시연 등으로 구성됩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솔로몬 제도 주민들에게 이 축제는 자연과 공존하며 조상의 가르침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문화 유산입니다. 현대에도 여전히 해양 정령을 중심으로 한 신앙이 공동체를 이끄는 정신적 기둥이 되며, 이 축제는 그 결속과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신성한 시간으로 기능합니다.
바다의 신에게 바치는 감사, 오아르 페스티벌의 기원
솔로몬 제도는 약 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남태평양의 군도 국가로, 이곳의 삶은 바다 없이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생계의 수단은 물론 문화, 신앙, 예술의 중심에도 언제나 바다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해양 중심의 생활 속에서 태동한 것이 바로 '오아르 페스티벌(Oar Festival)'입니다. 이름 그대로 ‘노’(Oar)를 상징으로 삼은 이 축제는 매년 11월, 해양 정령과 조상에게 감사하고, 다음 해의 평안한 항해와 어로를 기원하기 위해 열립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나 관광이벤트가 아니라, 솔로몬 제도 원주민들이 수천 년에 걸쳐 유지해온 신앙과 공동체 구조를 응축해 놓은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각 부족과 공동체는 자신의 전통 카누를 가지고 해안에 집결하며, 카누에는 조상의 정령을 상징하는 조각과 깃발, 조개 껍질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카누를 타고 정령에게 다가가며, 노를 젓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자 기도입니다. 축제는 해양신에게 바치는 제사, 선조를 기리는 노래, 어로 시연과 춤, 전통 음식 나눔 등으로 구성되며, 그 모든 구성 요소 하나하나에 깊은 상징성과 의례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오아르 페스티벌은 단지 과거의 전통을 되새기는 자리가 아니라, 바다와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확인하고 미래 세대에게 해양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카누, 정령, 그리고 공동체의 일체감을 이루는 축제
오아르 페스티벌의 중심은 단연 전통 카누 퍼레이드입니다. 각 섬의 주민들은 1년 동안 직접 제작하거나 복원한 전통 카누를 장식하고, 이를 타고 바다 위로 나아갑니다. 카누에는 부족의 문양, 조상의 얼굴이 조각된 머리판, 그리고 정령을 상징하는 조개껍데기, 새의 깃털, 산호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 이 퍼레이드는 단지 눈에 보이는 행진이 아니라, 바다 위를 지나 정령이 머무는 바위섬까지 가는 하나의 성스러운 순례입니다. 카누가 출발하기 전, 정령 사제가 바닷가에서 제사를 지냅니다. 코코넛과 물고기, 뿌리식물, 열대과일 등이 제물로 바쳐지고, 그 위에 만트라처럼 전해 내려오는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이 노래는 조상에게 바치는 찬가이자, 정령에게 바다의 평안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나무 노를 들고, 일정한 리듬으로 노를 저으며, 조상과 정령이 자신과 함께한다는 믿음 속에서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입니다. 카누 퍼레이드가 끝나면 해안에서는 어로 시연이 열립니다. 이는 단지 고기잡이 기술의 전시가 아니라, 조상의 방식대로 자연을 존중하며 물고기를 잡는 지혜를 전승하는 교육의 장입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낚시, 그물 던지기, 해양 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배우며, 세대 간 지식 전승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해가 저물 무렵 진행되는 ‘노의 춤(Dance of the Oars)’입니다. 각 부족의 남성과 여성들이 나무 노를 들고 원형을 이루어 춤을 추며, 이 춤은 삶의 리듬, 항해의 규칙성, 공동체의 조화로움을 상징합니다. 북소리, 파도 소리, 조개로 만든 악기들의 음향이 어우러지며, 축제장은 순식간에 영적이고 음악적인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마지막에는 바다를 향해 큰 소리로 정령을 부르고, 공동체 전체가 손을 맞잡고 조용히 명상을 합니다.
노를 쥐고 나아가는 바다의 민족, 그들의 전언
오아르 페스티벌은 단순한 해양 축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다를 중심으로 살아온 이들이 자연과 정령, 조상과 후손,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가장 본질적인 언어로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이 축제는 솔로몬 제도인들의 해양에 대한 경외, 자연에 대한 겸허함,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집약한 하나의 문화적 정수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축제는 상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고, 자발적이고 신성한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손길, 아이들에게 전통을 가르치는 어르신들의 표정, 바다를 향해 노래하는 이들의 눈빛은 그 자체로 이 문화가 살아 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오아르 페스티벌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이며, 미래를 위한 약속입니다.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 자연과 공존하며 삶을 이루는 태도, 그리고 조상과 정령을 기억하는 문화적 자세가 이 축제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카누의 노는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고, 그 노를 쥔 사람들의 노래는 바다를 넘어 세대를 이어갑니다. 그것이 오아르 페스티벌이 전하는 가장 깊고 묵직한 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