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중부 세구 지역에서는 매년 유쾌한 ‘대머리 자존 축제’가 열립니다. 탈모와 외모 차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유머와 자부심을 통해 공동체의 다양성을 기리는 이 행사는, 대머리 남성들이 주인공이 되어 퍼레이드와 패션쇼, 시 낭송과 전통춤 경연을 펼치는 문화적 해방의 장입니다. 이는 아프리카 전통의 서사성과 현대적 자아 존중이 융합된 기념비적 문화 표현입니다.
유쾌함으로 사회를 흔들다, 머리 없는 자의 무대
서아프리카의 말리는 역사와 예술의 중심지로, 전통 음악과 구술 서사, 사회 비판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공동체 문화가 강한 나라입니다. 이 가운데 세구(Ségou)라는 지역은 말리 전통과 현대 문화가 융합되는 창조적 거점으로, 다채로운 지역 축제가 열리는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유쾌한 축제 중 하나가 바로 ‘Festival des Chauves’, 즉 ‘대머리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이름 그대로 머리카락이 거의 없는 남성들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입니다. 사회적 기준에서 ‘이상적인 외모’에 대한 통념을 깨고, 탈모를 조롱이나 콤플렉스가 아닌 ‘개성’과 ‘정체성’의 표현으로 승화시키는 기념의 장입니다. 이 축제는 일종의 역설적 해방 선언이자, 유머로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유쾌한 문화 실천입니다. 대머리 축제는 매년 건기 초입에 열리며, 지역 공동체의 원로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기획합니다. 참가자는 반드시 ‘눈에 띄는 탈모’를 가진 남성으로, 나이와 직업은 관계없습니다. 참가자들은 유쾌한 드레스코드로 무장한 채 거리 퍼레이드를 벌이고, 머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반짝이는 오일을 바르거나 금가루 장식을 하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응원의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던지며 환호합니다. 그 자체로 사회적 금기를 해체하는 퍼포먼스이며, 모든 시선이 비웃음이 아닌 경의와 공감으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자기 긍정의 춤, 유머가 만든 사회 혁명
축제의 중심 프로그램은 ‘대머리 패션쇼’입니다.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복장과 보석, 장식으로 무대를 걷습니다. 일부는 화려한 안경과 전통 베스트를 입고, 어떤 이는 종교 복장 또는 과장된 왕관을 쓰고 등장합니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자기 삶을 연기하는 배우이며 공동체 서사의 한 문장입니다. 패션쇼 이후에는 ‘시 낭송 경연’이 이어집니다. 대머리 참가자들은 자신의 탈모 인생에 대해 유머러스하고 시적인 언어로 표현하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머리카락이 빠진 게 아니라, 바람을 저장한 것이다”, “나는 하늘과 가까운 사람이다” 같은 문장은 축제의 정신을 대변합니다. 심사위원은 지역 시인들과 원로들이 맡으며, 순수성과 창의성, 웃음의 강도로 수상자가 결정됩니다. 전통 음악도 축제의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타악기 ‘도눔(Donum)’과 ‘발라폰(Balafon)’ 연주에 맞춰 대머리 참가자들이 전통춤 ‘사바르(Sabar)’를 선보입니다. 이 춤은 보통 여성들이 추는 춤이나, 대머리 축제에서는 남성들이 과장된 몸짓과 표현으로 유쾌하게 소화하며, 젠더 전통조차 유연하게 넘어서는 자유의 장을 연출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미니 대머리 대회’도 열립니다. 이 대회에서는 삭발한 소년들이 참가하며, 용기와 웃음을 통해 어린 나이에 자기 긍정을 심어주는 교육적 의미를 가집니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참가자 전원이 마을을 돌며 공동체의 고령자들에게 안마와 음식 나눔 봉사를 하며, 유쾌함과 공동체 정신이 하나로 엮이는 감동의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머리보다 마음, 외형보다 유쾌함이 빛나는 사회
말리 세구의 대머리 축제는 유머와 자존의 언어로 공동체를 치유하는 특별한 문화 행사입니다. 탈모라는 개인의 외형적 변화는 보통 수치심과 은폐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이 축제에서는 오히려 공동체의 중심이자 문화적 상징으로 승화됩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통해 사회를 환기시키는 주체로 등장하며, 관객들은 그 안에서 경계 없는 공감과 해방을 체험합니다. 이는 단순히 ‘탈모인 권익’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외형 중심 가치에 대한 전복이라는 문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축제는 아프리카 공동체 전통에서 흔한 ‘사회의 반영으로서의 연극’이라는 개념과 닿아 있습니다. 대머리라는 하나의 ‘기호’를 통해 개인과 사회, 정상성과 유머, 젠더와 권위까지 모든 요소가 무너지고 다시 재조립되는 장이 되는 것입니다. 머리카락은 없지만, 그 위로 올라간 자부심은 누구보다 빛나는 순간. 세구의 대머리 축제는 단지 웃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생각하고, 웃으면서 하나 되는 공동체의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 선언은, 오늘도 북소리와 박수, 그리고 반짝이는 대머리 위에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