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로의 ‘완가지아 축제(Wangazija Festival)’는 인도양의 신비한 바다와 이슬람 수피 전통, 조상 숭배가 어우러진 고대 의식형 축제입니다. 새벽과 황혼, 북과 선율, 무화과 나무 아래의 기도와 별빛 속 행진이 교차하며, 코모로 사람들의 영성과 공동체 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신과 바다 사이, 코모로의 고요한 외침
인도양의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코모로 연방은 마다가스카르와 아프리카 본토 사이에 위치한 군도 국가로, 아프리카, 아라비아, 이슬람 문화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고유한 문명을 품고 있다. 이곳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완가지아 축제(Wangazija Festival)’는 섬 전체가 일종의 성지가 되는 신성한 시기이다. ‘완가지아’라는 단어는 코모로 현지어로 ‘정령을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이는 수피 이슬람의 잔향과 토착 신앙이 혼합된 형태로 이해된다. 축제는 매년 음력 12월의 마지막 주, 새벽 바람이 가장 고요하고 밤하늘이 가장 밝은 시기에 열린다. 코모로 사람들에게 이 축제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존재의 중심과 연결되는 영적 여정이다. 어부, 무슬림 성직자, 농부, 여성 공동체,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완가지아’를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신, 인간과 정령 사이의 균형을 되새긴다. 모든 행사는 노을이 지는 황혼에 시작되어 새벽 달빛이 사라질 때 마무리되며, 이 시각들은 ‘정령이 깨어나고 잠드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북소리와 느린 의식무, 해양의례, 수피식 찬가, 공동 낭송 등이 축제 전반을 이룬다. 그 고요하고도 깊은 울림은 관광객이 아닌, ‘공명하는 자들’만이 감지할 수 있다.
별빛과 북소리, 무화과 나무의 기도
‘완가지아 축제’는 크게 세 가지 주요 의례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바다 기원 의식’이다. 어부들과 무슬림 지도자들이 해변에 모여 코란을 낭송하고, 조상에게 바다의 평화와 풍요를 기도하며, 향료와 꽃잎을 띄운 조개껍질을 바다에 흘려보낸다. 이 의식은 새벽 직전, 별이 가장 선명한 시각에 이루어지며, 바다를 ‘살아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코모로의 철학이 드러난다. 두 번째는 ‘무화과 나무 아래의 집단 기도’다. 각 마을에는 수백 년 된 무화과 나무가 하나씩 있는데, 이 나무는 조상 정령이 머무는 장소로 여겨진다. 축제 기간 중, 여성 공동체가 천천히 행진하여 나무 아래에 모이고, 무슬림 수피 찬가인 ‘지크르(dhikr)’를 반복 낭송한다. 반복되는 찬송은 일종의 트랜스를 유도하며, 마음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 된다. 세 번째는 ‘완가지아 퍼레이드’다. 이는 축제 마지막 날, 달빛이 가장 선명한 밤에 펼쳐진다. 사람들은 정령을 상징하는 가면을 쓰고, 천으로 감싼 손북을 두드리며 마을과 해변을 돌아다닌다. 가면은 코모로의 해양 신화 속 존재들—거북, 바다뱀, 조개 요정—을 상징하며, 춤은 수세기 전 아랍 무용의 잔향과 아프리카 고유의 리듬이 뒤섞인 독특한 형태이다. 이 퍼레이드는 낮의 소란을 거부하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진행된다. 아이들은 촛불을 들고 따르며,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북과 발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장면은 고요 속의 장엄함, 그 자체다. 이 외에도 ‘달차 모임’, ‘조상 음식 나눔’, ‘죽은 이들을 위한 노래’ 등 소규모 행사들이 일주일 내내 이어지며, 축제는 점점 깊어지고, 각자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사라지지 않는 리듬, 기억 속의 바다
‘완가지아 축제’는 관광지에서 보는 카니발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오히려 속삭임에 가깝다. 고요하지만 강렬하고, 말보다는 리듬, 몸짓보다는 진동, 시각보다는 공명으로 기억되는 행사다. 코모로 사람들에게 이 축제는 정체성의 중심이며, 신과 바다, 조상과 공동체를 잇는 끈이다. 무화과 나무 아래의 침묵은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바다에 띄운 꽃잎은 소리 없이 기도를 전달한다. 완가지아의 리듬은 곧 그들의 역사이자 미래다. 지구상에서 가장 잊힌 나라 중 하나인 코모로.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잊지 않는다. 자신들이 어디서 왔는지, 바다가 어떤 존재인지, 침묵 속에서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축제가 끝나도, 그 리듬은 사람들의 손끝, 발걸음, 꿈속의 파도 안에서 계속된다. ‘완가지아’는 단지 한 주간의 축제가 아니다. 그것은 조용한 나라가 들려주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바람이 실어 나르고, 별이 감싸는 이야기. 그래서 그 소리는 지금도 인도양 어딘가에서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