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외딴 섬 토켈라우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밤, 공동체가 모여 전통 방식의 밤낚시와 의식을 함께하는 독특한 축제 ‘피아피아 오 레 말라마라마(Fiafia o le Malamalama)’가 열립니다. 이 축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기리는 성스러운 밤으로, 전통 노래, 목선, 물고기 의식, 달빛 춤 등이 어우러지며, 생존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달이 바다를 부르면, 마을은 노래로 응답한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하늘과 바다밖에 없는 지평선 위에 토켈라우가 있습니다. 뉴질랜드령 자치령인 이 작은 산호환초 나라는 약 1,500여 명의 주민이 세 개의 주요 섬에 나뉘어 살아가고 있으며, 현대 문명과는 동떨어진 채 자연과 긴밀하게 호흡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생존은 철저히 바다에 기반하고 있으며, 자연과 달, 파도, 물고기와의 조화를 삶의 방식으로 체득하고 있지요. 그런 삶의 축약판이자 축복의 장이 바로 ‘피아피아 오 레 말라마라마(Fiafia o le Malamalama)’입니다. ‘피아피아’는 기쁨, ‘말라마라마’는 빛, 특히 달빛을 의미합니다. 즉 이 축제의 이름은 ‘달빛의 기쁨’이라는 뜻으로, 매달 가장 밝은 보름달이 뜨는 날 밤, 마을 전체가 바닷가에 모여 전통적인 밤낚시와 의식을 함께하는 축제입니다. 이는 단지 어획을 위한 실용적 활동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져온 조상의 지혜와 공동체 연대,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확인하는 의례로 간주됩니다. 축제 전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카누를 손질하고, 전통 방식의 물고기 유인 장비를 만들며, 낚시 노래를 연습합니다. 그리고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면, 모두가 흰옷으로 갈아입고, 달빛이 가장 밝게 비추는 해변으로 향합니다. 그 순간부터 바다는 어둠이 아닌 신성한 무대로 변하고, 사람들은 물 위에 몸과 노래, 믿음을 띄우게 됩니다.
어둠을 깨우는 노래, 달빛에 응답하는 손길
‘피아피아 오 레 말라마라마’는 ‘실천의 축제’입니다. 모두가 참여자가 되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각각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어르신들은 달의 주기에 따라 물고기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청년들은 직접 카누에 올라타 그들의 지시에 따라 그물과 미끼를 바다에 던집니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전통 노래를 부르며 어른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여성들은 뗏목 주변에서 등불을 밝혀주고 공동식사를 준비합니다. 낚시 그 자체가 공연입니다. 카누 위에서 사람들이 부르는 ‘아폴레(Apole)’라는 고대의 낚시노래는 강약이 반복되는 리듬 속에 공동체의 숨결을 담아냅니다. 그 속도는 조류와 일치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실용성과 미학이 완벽하게 결합된 민속 기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주고받음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첫 번째 물고기를 잡은 카누가 해변에 도착하면, 이를 ‘해의 물고기’로 삼아 축제의 중앙 제단에 올려놓고, 조상과 바다에게 감사를 전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입니다. 이후 남은 고기는 주민 모두와 나눠 먹으며, 그 과정에서 연대와 평등, 감사를 체험하게 됩니다. 축제의 말미에는 달빛 춤이 펼쳐집니다. 이는 남성들의 바디퍼커션과 여성의 손춤이 결합된 공연으로, 달의 에너지와 생명의 흐름을 형상화한 상징적 표현입니다. 이 춤은 매년 같은 패턴이 아니라 해마다 바뀌며, 이는 달과 바다가 같지 않은 것처럼 인간 삶도 유동적이라는 인식을 반영합니다.
달빛 속에서 이어지는 생명의 노래
토켈라우의 ‘피아피아 오 레 말라마라마’는 현대 문명이 잊고 있는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적 영성을 되살리는 축제입니다. 이는 단지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조상이 하나 되는 경험의 장이며, 축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의식이자 예술입니다. 이 축제는 토켈라우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장치이며, 침수 위협 속에서도 노래와 춤, 낚시를 통해 ‘존재한다’는 선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작은 섬이 세계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이 조용하고 장엄한 밤 속에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달은 떠오르고, 그 아래에서 사람들은 노래합니다. 그 노래는 파도에 실려 먼 바다로 퍼지고, 다시 돌아와 마을의 기억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 달빛 아래서 부활합니다. 축제는 끝나도, 노래는 계속됩니다. 그것이 바로 토켈라우가 달빛을 기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