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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의 나라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 레소토의 ‘모코로코 축제’

by clickissue 2025. 7. 26.

 

구름 위의 나라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 레소토의 ‘모코로코 축제’

레소토의 ‘모코로코 축제(Mokoroko Festival)’는 고산 지대에서 말과 북, 전통 춤으로 공동체의 정체성과 영적 유산을 기리는 문화 행사입니다. 부족 연대, 말(馬)의 신성함, 자연 숭배, 조상의 기운을 전하는 북춤이 어우러져, 아프리카 고지대 특유의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말과 북, 그리고 바람의 언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둘러싸인 내륙국가 레소토는 평균 해발 1,400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아프리카의 지붕’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모코로코 축제(Mokoroko Festival)’는 말과 북, 춤, 대지의 숨결이 조화를 이루는 영적이고 장엄한 의례적 행사로, 매년 고지대 초원에서 열린다. ‘모코로코’는 레소토 부족어로 ‘깊은 울림’을 의미한다. 이는 북소리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동시에 자연의 진동, 조상의 목소리, 말발굽이 땅을 울리는 소리까지 모두 아우르는 상징이다. 축제는 단순한 구경거리나 관광 상품이 아니라, 조상 숭배와 자연 숭배, 공동체 연대의 살아 있는 전통이다. 이 축제는 주로 12월에서 1월 사이, 비가 적고 대지가 가장 푸르른 시기에 열린다. 마을 사람들은 전통 천막을 세우고, 말과 함께 언덕 위에 모이며, 부족마다 고유한 깃발을 걸고 축제장을 꾸민다. 축제는 일주일간 지속되며, 낮에는 말 경연과 전통 춤 공연이, 밤에는 불꽃의식과 북소리 제례가 이어진다. ‘모코로코’는 축제의 이름이자, 삶의 울림이다. 레소토 사람들은 이 축제를 통해 조상의 혼을 기리고, 대지와의 교감을 표현하며, 공동체의 유대를 되새긴다. 모든 행위는 자연과 호흡하며 이루어지고, 바람마저 축제의 일원이 된다.

북소리 위를 달리는 말, 대지를 일깨우다

‘모코로코 축제’의 중심은 말과 북이다. 레소토는 말 문화가 매우 강한 나라로, 산악 지형을 오르내리는 말타기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축제 첫날, 각 마을의 기수들이 전통 가죽 복장을 입고 장식한 말을 타고 언덕을 내려오며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이 퍼레이드는 ‘카프라(Khapra)’라 불리며, 말의 민첩성과 기수의 기술, 부족의 명예를 상징하는 의식이다. 말들은 깃털, 색실, 조각된 나무 장식으로 꾸며지며, 기수들은 ‘바솔로(Basotho)’ 전통 모자와 망토를 착용한다. 기수들이 북소리에 맞춰 말을 몰면, 말발굽이 대지를 두드리는 소리가 북과 겹쳐져 거대한 리듬의 물결을 만든다. 이 리듬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조상에게 도달하는 소리이며, 산과 바람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행위다. 춤 또한 중요한 요소다. 남성들은 ‘모코로코 댄스’를 통해 힘과 용기, 공동체 수호자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 춤은 북소리에 맞춰 무릎을 높이 들어 올리고, 땅을 세차게 구르며 진행되며, 무기 대신 나무 창이나 방패를 들고 수행된다. 여성들은 ‘레소티 레소티(Lesoti Lesoti)’라는 회전무를 선보이며, 이는 풍요와 조화, 여성의 지혜를 상징한다. 밤에는 ‘울림의 제례’가 펼쳐진다. 마을의 샤먼(무당)이 북을 들고 중앙에 앉아, 조상의 이름을 부르고, 전통 술과 곡식을 바치는 제사를 지낸다. 이때 사람들은 불 주위에 둘러앉아 북소리에 맞춰 낮은 음으로 화답하며, 그것이 하나의 집단 명상처럼 진행된다. 이외에도 축제 기간에는 말 장식 대회, 전통 무기 시연, 목축 기술 시범, 어린이 가면극 등이 펼쳐지며, 모든 연령대가 참여하여 공동체 유산을 재확인하게 된다. 축제는 단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다.

땅과 말, 그리고 사람 사이의 고요한 언어

‘모코로코 축제’는 레소토라는 나라의 심장이다. 그것은 고산 지대의 바람과 햇살, 말발굽의 울림과 북소리, 그리고 조상에 대한 깊은 존경이 얽힌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적 예술이다. 도시화와 기계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도, 레소토 사람들은 여전히 말과 북으로 대지와 교감하며 살아간다. 이 축제는 화려하거나 상업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삶의 본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다시 자연과 연결되고, 조상의 숨결을 느끼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되새긴다. 그들은 ‘울림’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는다. 레소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국토가 해발 1,000미터 이상인 나라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도 땅이 아니라, 하늘에 닿아 있다. ‘모코로코’는 그 하늘 아래,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도이며, 선언이며, 기억이다. 이 축제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뿌리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북소리 위를 달리는 말과 함께, 오늘도 그들은 조용한 울림 속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