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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의식, 기니비사우의 ‘마스카라 축제’에 담긴 전통의 의미

by clickissue 2025. 7. 28.

가면 뒤의 의식, 기니비사우의 ‘마스카라 축제’에 담긴 전통의 의미

기니비사우의 ‘마스카라 축제(Festival of Masks)’는 수 세기에 걸쳐 전해 내려온 가면 문화와 전통 춤, 조상 숭배가 어우러진 정령 의식으로, 공동체의 정체성과 영적 유산을 계승하는 신성한 장입니다. 축제는 단지 가면의 행렬이 아닌, 전통과 공동체, 인간과 정령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의례’로서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가면 너머의 세계, 마스카라 축제가 열리는 날

기니비사우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작고 평화로운 나라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부족과 문화가 숨 쉬고 있다. 그중에서도 ‘마스카라 축제(Festival of Masks)’는 이 작은 나라가 간직한 가장 오래되고 신성한 의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름처럼 축제의 핵심은 ‘가면’이다. 하지만 이 가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얼굴을 덮는 것이 아닌, 인간 너머의 존재와 소통하기 위한 문이며, 공동체와 조상, 정령 사이의 통로이다. 축제는 주로 ‘바랑다(Balangha)’ 지역이나 만잔(Mansoa), 비조(Bijó) 등 북부와 중부 지역의 전통 마을에서 열린다. 주민들은 일 년에 한 번, 이 마스카라 축제를 통해 조상의 영혼을 부르고, 전통의 지혜를 되새긴다. 국가적 행사라기보다는 공동체 중심의 의식이며, 축제의 시기나 형식은 부족마다 조금씩 다르다. 축제가 시작되면 마을 광장에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남성들은 대대로 전해져 온 가면을 쓰고 모습을 드러낸다. 그 가면은 나무로 깎고, 동물의 뿔, 천, 깃털, 가죽 등으로 장식한 것으로, 각 가면마다 고유한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다. 사자의 가면은 용맹함을, 악어는 지혜와 수호를, 부엉이는 조상의 눈을 의미한다. 이 가면을 쓴 이들은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축제가 시작되면 이들은 일종의 매개자, 즉 정령이 인간 세계에 강림할 수 있도록 몸을 내어주는 자로 여겨진다. 그 순간, 가면 뒤의 인격은 사라지고, 오직 정령의 메시지만이 남는다. 이는 축제이자 의례, 공연이자 기도, 문화이자 믿음이다.

가면, 춤, 북소리로 이어지는 정령과의 대화

마스카라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은 ‘영혼의 입장’이라 불리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가면을 쓴 이들이 광장으로 등장하면, 관람자들은 일제히 침묵하며 손을 모은다. 이어 북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땅을 두드리는 발구름 소리와 함께 정령의 춤이 시작된다. 춤은 고정된 동작이 아니라, 전해 내려온 리듬 속에서 즉흥적으로 이어지며, 그 안에 조상의 역사와 부족의 정체성이 녹아 있다. 가면무는 대부분 남성이 수행하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장면도 있다. 특히 ‘마더 마스크’라 불리는 여신 가면은 여성 무용수가 착용하고 등장하며, 생명과 출산, 대지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땅을 어루만지고, 손을 흔들어 미래의 번영을 점친다. 이 모습은 공동체의 삶과 리듬을 이끄는 어머니의 상징이다. 의식 중간에는 조상의 혼을 위한 음식 제물도 바쳐진다. 쌀, 코코넛, 야자주, 생선, 가금류 등이 정갈하게 놓인 제단 위에 놓이며, 가면을 쓴 무용수가 그 앞에서 감사의 춤을 춘다. 이는 살아 있는 이들과 이미 떠난 이들 간의 영적 연결을 의미하며, 단절된 세대 간 유대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축제는 하루 동안 계속된다. 낮에는 밝고 경쾌한 가면무, 밤이 되면 불꽃과 함께 어둠 속의 그림자가 된 가면들이 마을을 돌며 ‘혼의 행렬’을 이끈다. 이때 가면은 단지 인간의 표정을 숨기는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지닌 기억, 두려움, 희망의 총체다. 밤의 춤은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축제는 점차 영적 절정으로 향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축제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가면을 통해 조상이 돌아오고, 춤을 통해 삶이 흐르며, 북소리를 통해 공동체가 하나가 된다. 마스카라 축제는 곧 집단적 기억을 새롭게 갱신하는 의식이며, 문화적 DNA를 다음 세대에 새기는 장치다.

가면이 벗겨진 뒤에도 남는 것

축제가 끝나고 가면이 벗겨진 자리에는 침묵이 남는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가면은 벗겨졌지만, 그 가면이 전했던 메시지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다. 마스카라 축제는 단지 하루짜리 행사가 아니라, 일 년 내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신성한 기억의 공간이다. 기니비사우의 가면 문화는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단절되지 않고, 변질되지 않으면서도 시대에 맞춰 진화해온 이 축제는 문화유산 보존의 모범이며, 공동체 중심 삶의 철학을 실천하는 실례다. 축제 속 춤과 북, 가면 하나하나에는 조상의 말이 새겨져 있고, 후손은 그 언어를 해석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정체성의 위기’가 언급될 때, 마스카라 축제는 하나의 힌트를 준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면 너머의 정령들이 속삭인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며, 언제나 더 큰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이 오래된 진실은 지금도 유효하다. 바람 속을 가로지르는 북소리, 가면 뒤의 눈빛, 그리고 땅을 울리는 발소리. 마스카라 축제는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인 아름다움—공동체, 기억, 신성,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축제는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 한 번 본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영혼의 의식’이다.